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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매듭의 의미

차화로 2005. 8. 9. 20:40

 
 
옛날, 상사병에 걸린 뱃사람은
낚싯줄로 느슨하게 사랑 매듭을 만들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냈답니다.
매듭이 느슨한 상태로 그대로 되돌아 오면
그 관계는 제자리 걸음이고,
단단하게 묶여져서 돌아오면 사랑이 맺어지는 것이고,
매듭이 뒤집혀서 돌아오면 배를 타고 떠나라는
무언의 충고였다고 합니다.
 
..
 
 오래 전, 책에서 저 글귀를 읽고는
'뒤집힌 매듭을 받은 뱃사람은 배를 타고 떠나기보다
배에서 뛰어내리는 게 더 쉽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는,
사랑에 목숨도 걸 수 있다고 믿던...
열정이 전부였던 청춘이었습니다.  
 
..
 
 엄마는 바느질을 할 때면 항상
바늘과 실을 건네며 바늘귀에 실을 넣어달라고 하십니다.
 착한 딸은 이쁨을 받고자 엄마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바늘 귀를 빠져나온 실 끝에 매듭까지 만들어
엄마에게 돌려드립니다.
엄마는 활짝 웃으며
"내 딸, 야무지기도 하지~"
하시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십니다.
 
세월이 흘러,
엄마가 칠순을 훌쩍 넘기신 어느 날,
엄마는 또 바늘귀와 실을 건네십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착한 딸은
바늘 귀에 실을 넣고 예전처럼 매듭을 지어 건넵니다.
엄마는 매듭진 실 끝을 가위로 싹둑 자르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실 끝에 매듭짓지 말거라.
다른 사람이 매듭 지으면...휴우~
죽어서 저승길 가는데 자꾸 막힌단다."
 
...
 
 투박한 손가락으로 실 끝을
가까스로 매듭짓는 엄마를 보는데...
가슴 저 밑바닥에 출렁이던 서글픔이
순식간에 차고 오릅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흐르는 시간은
매듭의 의미까지도 바꾼다는 걸...
매듭은 함부로 짓는 게 아니라는 걸...
 
2005. 8. 6. 淸顔愛語
 
 

A Summer Place - The Percy Faith

 
가져온 곳: [시와 숭늉이 만날 때]  글쓴이: 청안애어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