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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차화로 2005. 7. 18. 15:03

세상에서 가장 짧은 詩, 하이쿠

 


오래 전부터 일본에는

             한 줄짜리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먼길을 여행하고  

             방랑하며 한 줄의 시를 썼다.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대해,  

             작은 사물에 대해, 벼룩과 이와 반딧불에 대해,  

             그리고 허수아비 뱃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와  

             물고기 눈에 어린 눈물에 대해...  


             한 줄의 시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이 지상 의 삶 을  

              표현하고자 했다.

             때로 그들에게는 한 줄도 너무 길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 -  

             번개처럼, 우리들 생에 파고드는 침묵의 언어들!  




마지막으로 아버지 얼굴에 앉은 파리를 쫓아 보 냈네 - 이싸


  높은 스님께서 가을 들판에서 똥 누고 계신다 - 부손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 타다토모


  반딧불을 쫓는 이들에게 반딧불이 불을 비춰 주네 - 오에마루


  첫눈이여, 글자를 쓰면 사라지고 쓰면 사라지고 - 치요니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내가 경전을 읽고 있는 사이, 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 쿄로쿠


  나비가 날아가네. 마치 이 세상에 실망한 것처럼 - 이싸


  첫눈이 내린다. 수선화 줄기가 휘어질 만큼 - 바쇼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 이싸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 소칸


  내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 기가쿠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 사초


  비가 내리는 날이면 허수아비도 사람처럼 보이네 - 세이비


  새벽이 밝아오면 반딧불도 한낱 벌레일 뿐! - 아온


  땔감으로 쓰려고 잘라다 놓은 나무에 싹이 돋았네 - 본초


  옛날에 내가 떠난 집 아직도 그 곳에 벚꽃이 피겠지? - 이싸


  봄의 첫날, 나는 줄곧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 - 바쇼


  늙은 개가 지렁이 울음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있네 - 이싸


  저 나비, 무슨 꿈을 꾸길래 날개를 파닥거릴까? - 치요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 시메이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 시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 료칸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허물은 - 바쇼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벚꽃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은! - 이싸


  꺾어도 후회가 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제비꽃 - 나오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