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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문화재가 아파해요!

차화로 2006. 7. 15. 15:48

(김제 금산사 미륵전 - 국보인 미륵전 벽은 온통 낙서로 가득하다)

 

부끄러운 낙서 천국 대한민국!


전국에 있는 절집을 찾아다니다가 보면 어김없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 있다. 비단 절집뿐이랴? 경치가 좋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것이 바로 낙서다. 여기저기 바위에다 음각을 해 놓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간판이고 머고 가리지를 않는다. 낙서를 할 수 있는 도구가 없으면 못이나 칼 등으로 파 놓기도 한다.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 뇌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들여다보고 싶기도 하다.


김제 금산사의 미륵전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그 벽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남녀 두 사람이 이름을 적어 놓고 영원히 사랑을 하자고 부언을 달았는가 하면 언제 자신이 다녀갔다고도 파 놓았다. 어느 것은 문화재를 일부러 훼손시키기 위한 문구도 있다. 종교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그저 파 놓고 간 것도 있다. 도대체 낙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면 저희 집으로 가서 벽에 대고 마구 그리거나 마룻바닥 혹은 거실에라도 파 놓던지 왜 꼭 문화재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에다가 낙서를 하는 것일까?


얼마 전에 단양 사인암을 간 적이 있다. 그 곳에 가니 사인암 벽에는 음각하여 놓은 이름들이 장난이 아니다. 집안 식구들 이름을 있는 데로 파 놓았다. 음각을 한 필체로 보아서 전문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음각을 해 놓은 듯하다. 아마 많은 돈을 주고 한밤중에 몰래 판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국 어디를 가나 여기저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낙서는 그 도를 넘고 있다. 문화재고 무엇이고 가리지를 않는다. 이런 낙서의 버릇은 무속적 사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과거 사람들이 많은 질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재앙으로 인해 사고가 잦을 때는 커다란 암석이나 단단한 쇠붙이 등에 이름을 적어 놓으면 그 바위나 쇠붙이처럼 오래 간다고 하여 명산의 바위에다 이름을 새겼다고 한다. 그런 후에는 많은 치성을 드렸겠지만 그런 곳에 이름을 적고 오래 살았는지, 아니면 출세를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그 곳에 적고 출세를 하고 싶다거나 사랑을 오래 지속하고 싶다거나 하는 발원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한마디씩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지나간다면 오히려 좋아지라고 한 짓이 더 나빠질 것만 같다. 우리는 흔히 ‘입 살이 보살’이라는 속담에서 그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의 입에는 살이 있다는 소리다. 악담을 들으면 그만큼 자신에게 해롭다는 사실이다. 낙서를 한 것을 보고 한 마디씩 모두 악한 말을 하고 간다면 그 자신들에게 결코 좋은 일이 생길리가 없다. 욕을 많이 먹으면 명이 길어진다고 하는데 그도 괜한 소리다. 지지리 궁상을 떨면서 명만 길어지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는 제발 어디를 가나 버릇처럼 하는 낙서에서 좀 벗어나자. 어느 아는 분이 이런 소리를 하셨다. 낙서를 아무 곳에나 하는 사람들은 세상살이가 낙서판만큼이나 편하지가 않고 시끄러워진다고 말이다. 이젠 해외에까지 낙서를 하는 짓거리가 비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말로는 문화민족이니 어쩌니 운운하면서 속내는 비문화적인 일을 일삼는 몇몇의 사람들 때문에 정말 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자숙하였으면 좋겠다. 내 나라의 문화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과연 누가 지켜낼 것인가? 아름다운 내 강산을 낙서투성이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면야 후에 무슨 지탄을 받을 것인가? 낯부끄러운 짓일랑 이제 그만하고 있는 그대로 자연과 문화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보자. 

(단양 팔경 중 한곳인 사인암의 벽은 온통 파고, 적어 놓은 이름으로 더럽혀져 있다)

출처 : 문화예술
글쓴이 : 하얀구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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