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이야기

주도유단

차화로 2006. 6. 29. 19:06

주도유단

                                                                     시인, 조지훈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 하여 영웅호걸이되고 위인 현사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은 물론 그 사람의 酒力과 酒歷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 만으로

주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며,

세째로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네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버릇, 이런것을 종합해 보면

그 사람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 알수 있다.

음주에는 무릇 18의 계단이 있다.

 

9급, 부주(不酒)-술을 아주 못먹진 않으나  안 먹 는 사람

8급, 외주(畏酒)-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급, 은주(隱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급, 상주(商酒)-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지만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마시는 사람

4급, 색주(色酒)-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수주(睡酒)-잠이 안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2급, 반주(飯酒)-밥맛을 돕기 위해 술을 마시는사람

1급, 학주(學酒)-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酒卒)

1단, 애주(愛酒)-술의 就味를 맛 보는 사람(酒徒)

2단, 기주(嗜酒)-술의 眞味에 반한 사람(酒客)

3단, 탐주(耽酒)-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酒豪)

4단, 폭주(暴酒)-주도를 수련하는 사람(酒狂)

5단, 장주(長酒)-주도 삼매에 든 사람(酒仙)

6단, 석주(惜酒)-술을 아끼어주고 인정을 사랑하는 사람(酒賢)

7단, 낙주(樂酒)-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술과 더불어 유유자적 하는 사람(酒聖)

8단, 관주(觀酒)-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酒宗)

9단, 열반주(涅般酒)-술로 말미암아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된 사람

 

부주.외주.민주.은주는 술의 진경을 모르는 사람이요, 상주.색주.수주.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反주당 들이다.

애주.기주.탐주.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오달한 사람이요, 장주.석주. 낙주.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한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 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 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가 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만은 확호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금은 들 것이요,

수행년간이 또한 기십년이 필요할 것이다(단 천재는 차한에 부재이다)

 

                                                                             -이상 조지훈님 주도유단 원문

 

 

조지훈 선생님은 '많이 안다고 다 교양이 높은것이 아니듯,  많이 마신다고 酒力과 酒歷과 酒格이

높은것이 아니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신 연륜과 친구와 동기와 술버릇 등에 의해

주격이 결정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주도의 단은 '천재'말고는 때와 곳에 따라, 그 질과 양의 조건에 따라 비약과 강등이 심하다고 합니다.

 

酒는 茶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禮는 술과 차의 예법이고 藝는예의범절과 法度를 통해얻는 심미안적 예술세계 이고,그 예술성을 포함한 정신적 만족감이며,道는 최고도로 승화된 절대경지요 진리의 차원으로 깨달음의 경지로 상대적인 것이 무너지고 선악과 시비와 유무와 색채와 형상과 언어가 떨어진 경지입니다. 酒와 茶에는 道와 藝와 禮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분은 차화로를 5단(장주-주도삼매에 든 사람-酒仙)이라고도 합니다.

아내 노을님이 매긴 급수는 4단(폭주-주도를 수련하는 사람-酒狂)이라고 하는데,

저는 스스로 3단(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酒豪) 이라 합니다.

앞으로도 승급에 대한 의지나 욕심이 전혀 없습니다.

8단-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수 없는 사람, 9단-술로 말미암아 다른세상에 든 사람

을 향하느니 차라리 3단에서 오래오래 머물겠습니다.  승급, 사양 하겠습니다

 

'아름다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歲寒圖  (0) 2009.12.31
안으로 충만해 지는 일  (0) 2007.06.01
상춘곡  (0) 2006.03.04
하나의 시작  (0) 2006.01.09
꾸밈없는 겸허에의 동경  (0) 2005.11.25